발효된 술에 불을 가해 증기를 모아서 만든 술이란 의미와 불을 대면 탄다고 해서 소주(燒酒)라 부른다는 설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술에서 영혼을 뽑아낸 것이라 해서 스피릿(spirit)이라 부르고,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brandy)의 어원이 ‘불에 탄 와인(burnt wine)’ 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소주가 들어 온 시기는 원나라가 침공한 고려 충렬왕 시대라 하고 원나라가 침략 후 관리와 군인이 머문 개성, 안동, 제주에서 소주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약용 정도로만 음용되다가 조선 성종 시대 이후에야 대중에 보급되었습니다. 일제 시대에는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전통 누룩 대신 흑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연속증류기가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한 소주는 점차 비중이 내려 갔고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식량 부족으로 쌀로 만든 소주는 자취를 감추었다 1990년 양조에 쌀 사용이 허용되면서 증류식 소주가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다시 생겨났지만 희석식 소주에 길들여진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해 성장은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 희석식 소주가 알코올에 물과 감미료를 타서 만든 억지 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좋은 소주를 찾는 이가 늘고 있고 마시는 양보다는 개성 있는 술을 찾는 풍조도 증류식 소주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주 시장에서의 증류식 소주는 점유율이 여전히 1%대에 머무르는 실정입니다.
반면 일본의 소주 시장 구성은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한 동안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지배했으나 현재는 증류식 소주가 65% 정도로 압도적 점유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료로 주로 고구마와 보리를 사용하고 쌀 소주는 많지 않습니다. 증류식 소주가 도약한 것은 당뇨, 노인병 등 건강에 좋다는 세평과 한 동안 희석식 소주가 갑류, 증류식 소주가 을류 소주로 불리면서 열세 이미지가 있던 것을 '본격소주'라 부르게 되면서라고 합니다. 본격소주는 영어로 'Real Sochu'라 표기합니다. '진짜 소주'인 셈입니다.
국내 증류식 소주가 향과 맛을 업그레이드하고 소비자들에게 술다운 술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 점차 점유를 높히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