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오픈한 교토 디스틸러리에서 키노비(KI NO BI 季の美)진을 출시한 후 진 세상이 바뀌었다. 그 이전의 진은 - 내 취향으로 말하자면 - 내겐 피하고 싶은 술이고, 매력없는 진한 쥬니퍼베리 리큐르 같은 느낌이었다. 니트로 마시는 것은 당연히 거부하고 싶었고, 진 베이스의 칵테일도 그다지. 차라리 럼이나 보드카로 베이스를 바꿔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었다.
키노비진은 쌀을 기본으로 증류를 하는데, 마지막 증류에 교토 인근에 나는 식재료들을 각각 넣고 증류한다. 즉, 아로마를 뽑아 내는 것이고, 마지막에 블랜딩을 해서 완성한다. 주니퍼베리(노간주나무 열매)부터 시작하여, 시소잎, 유자, 산초씨, 녹차잎, 대나무잎, 생강 등 10여개의 교토 농산물의 아로마가 녹아 있다. 키노비진이 전 세계 진 생산자들을 바꾸었고, 이제 진 시장은 로컬 진, 로컬 아로마 진들이 이끌고 나가고 있다. (크래프트 진이라고 흔히 불리지만, ‘크래프트’의 의미랑은 좀 거리가 있다)
그 지역의 공항 면세점에서는 그 지역의 농산물을 넣어 증류한 로컬 아로마 진이 그 곳의 기억을 담아가는 주요한 기념품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각 지역의 진 디스틸러리에서는 그 지역의 식재료의 특징을 독특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없을까.
소맥의 즐거움을 거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온연히 서울의 향을, 부산의 향을, 청주의 향을 음미할 즐거움도 갖고 싶고, 또 전하고 싶다. 그 소중한 첫 걸음은 ‘부자진(Buja Gin)’이 내딛었으나, 아직 꽃피우진 못했다. 국내의 진 시장은 아직 너무 작다. 그리고 스마트브루어리의 진 ’청풍미향‘의 초기 버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변천을 계속 추적해 왔는데, 어제 시제품을 맛보니, 이제 우리나라의 로컬 아로마 진은 첫 걸음에 이어, 움츠렸던 허리를 펴고 일어서려는 순간까지 왔다는 확신이 든다.
4월에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풀린다고 한다. 청주의 향을 담은 3종의 진은 제 각각의 특색이 있으나, 바닥에 깔린 향은 ’청주의 향‘이다. 청주의 쌀과 청주 사과의 아로마가 그 베이스다. 그리고 다양한 식재료들이 청주의 봄을, 청주의 여름을, 청주의 가을을 변주하며 풍겨내고 있다. 겨울의 향도 언젠가는 변주되어 다가 오리라.
니트(스트레이트)로도 아름답고, 어제 시도는 안해봤으나 하이볼(이라고 통칭해보자)의 형식으로도 그 매력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우리에게도 아로마 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껏 품어 보자.
2024년 3월 27일
서울대학고 농생명과학대
교수 문정훈
2014년에 오픈한 교토 디스틸러리에서 키노비(KI NO BI 季の美)진을 출시한 후 진 세상이 바뀌었다. 그 이전의 진은 - 내 취향으로 말하자면 - 내겐 피하고 싶은 술이고, 매력없는 진한 쥬니퍼베리 리큐르 같은 느낌이었다. 니트로 마시는 것은 당연히 거부하고 싶었고, 진 베이스의 칵테일도 그다지. 차라리 럼이나 보드카로 베이스를 바꿔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었다.
키노비진은 쌀을 기본으로 증류를 하는데, 마지막 증류에 교토 인근에 나는 식재료들을 각각 넣고 증류한다. 즉, 아로마를 뽑아 내는 것이고, 마지막에 블랜딩을 해서 완성한다. 주니퍼베리(노간주나무 열매)부터 시작하여, 시소잎, 유자, 산초씨, 녹차잎, 대나무잎, 생강 등 10여개의 교토 농산물의 아로마가 녹아 있다. 키노비진이 전 세계 진 생산자들을 바꾸었고, 이제 진 시장은 로컬 진, 로컬 아로마 진들이 이끌고 나가고 있다. (크래프트 진이라고 흔히 불리지만, ‘크래프트’의 의미랑은 좀 거리가 있다)
그 지역의 공항 면세점에서는 그 지역의 농산물을 넣어 증류한 로컬 아로마 진이 그 곳의 기억을 담아가는 주요한 기념품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각 지역의 진 디스틸러리에서는 그 지역의 식재료의 특징을 독특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없을까.
소맥의 즐거움을 거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온연히 서울의 향을, 부산의 향을, 청주의 향을 음미할 즐거움도 갖고 싶고, 또 전하고 싶다. 그 소중한 첫 걸음은 ‘부자진(Buja Gin)’이 내딛었으나, 아직 꽃피우진 못했다. 국내의 진 시장은 아직 너무 작다. 그리고 스마트브루어리의 진 ’청풍미향‘의 초기 버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변천을 계속 추적해 왔는데, 어제 시제품을 맛보니, 이제 우리나라의 로컬 아로마 진은 첫 걸음에 이어, 움츠렸던 허리를 펴고 일어서려는 순간까지 왔다는 확신이 든다.
4월에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풀린다고 한다. 청주의 향을 담은 3종의 진은 제 각각의 특색이 있으나, 바닥에 깔린 향은 ’청주의 향‘이다. 청주의 쌀과 청주 사과의 아로마가 그 베이스다. 그리고 다양한 식재료들이 청주의 봄을, 청주의 여름을, 청주의 가을을 변주하며 풍겨내고 있다. 겨울의 향도 언젠가는 변주되어 다가 오리라.
니트(스트레이트)로도 아름답고, 어제 시도는 안해봤으나 하이볼(이라고 통칭해보자)의 형식으로도 그 매력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우리에게도 아로마 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껏 품어 보자.
2024년 3월 27일
서울대학고 농생명과학대
교수 문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