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중 편의점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던 전통주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급속하게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증류식 소주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생산량을 늘렸던 업체들은 당혹감과 함께 재고 비용 증가로 손실을 입고 있다. POST-코로나19에서 외식 경기의 상승으로 홈술로 자주 소비되던 증류식 소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외식 상황에서도 증류식 소주는 별다른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과 반대로, 증류식 소주 ‘마한 오크’로 연일 품절 사태를 겪고 있는 스마트브루어리 오세용 대표와 만나 최근 후퇴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 시장의 미래를 조망해 보았다.
문정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세용 대표님. 스마트브루어리를 소개해 주세요.
오세용: 스마트브루어리는 증류주류 전문 양조장으로, 2020년부터 생산⋅판매를 시작한 젊은 양조장입니다.
문: 보통 증류주 전문 양조장은 디스틸러리(Distillery), 즉, ‘증류소’라고 부르는데, 브루어리(Brewery)로 이름을 붙이셨네요?
오: (웃음) 상호에 ‘브루어리’가 포함된 것은 언젠가 발효주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현재 증류식 소주 외에 보드카와 진도 만들고 있습니다.
문: 미래에 발효주도 판매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웃음). 요즘 주류업계, 특히 전통주 업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분들 중 한 분이 오세용 대표님인 것 같습니다. 오 대표님의 독특한 이력이 함께 언급되던데, 반도체 엔지니어와 CEO도 하셨지요?
오: 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있었습니다.
문: 그냥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삼성전자에서는 부사장, SK하이닉스에서는 사장까지 지낸 이력이 있으시죠, 2015년에 SK하이닉스 사장직을 내려놓고 수년간 주류 제조 스타트업을 준비하셨습니다. 그 결과물이 ‘스마트브루어리’ 그리고 증류식 소주 ‘마한’을 비롯한 여러 증류주이고, 특히 오크 숙성을 한 ‘마한 오크’가 2022년부터 꾸준하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마 창업을 준비할 때 반도체 엔지니어가 만드는 술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것 같아요. 어떻게 차별화하였나요?
오: 반도체는 보이지 않는 초미세 영역에서 공정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술은 흔히 그냥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발효와 증류도 인위적 조작이 거의 불가능한 생화학적 요소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고 개입이 어렵지만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면 예측이 가능하고, 의도한 대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두려움 없이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도전하다 보면 차별화된 맛과 향의 세계의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독보적인 맛과 향을 지닌 술이 엔지니어의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스마트브루어리에서 생산한 증류식 소주, ‘마한 오크’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더라고요. 거의 줄을 서다시피 해서 구매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오면 금방 다 팔려 구하기 어렵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좋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국산 오크 숙성주가 시중에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되었지요. 그렇지만 100% 숙성 원액이 아니라서 향과 맛에 대한 임팩트에 아쉬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가격대였습니다. ‘마한 오크’는 100% 숙성 원액이고, 한국 기온에서 2년 숙성이면 충분한 오크 특유의 향미를 낼 수 있는 점을 활용한 제품입니다. 가격대도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서 들을 정도로 합리적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맛이 좋고 가격이 착한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문: 네. 어제 스마트브루어리 홈페이지에서 판매가를 확인해 봤는데, 375ml 기준 ‘마한 오크’ 40도가 2만 4000원, ‘마한 오크’ 52도가 3만 3000원 밖에 안하더라고요. 퀄리티가 5~10년 숙성 위스키급이라고 생각해 보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입니다.
오: 높게 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웃음).
문: 증류식 소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선호라거나 구매 행동이 최근에 달라지는 것을 관찰한 것이 있을까요? 2021년에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가 크게 이슈가 되다가, 이번에 분석해보니, 2022년 하반기부터 음용 횟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과 함께 걱정도 됩니다.
오: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많이 생겼고, 이에 따라 제품의 종류가 무척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향미에서 차별성을 가진 술은 많지 않고, 설령 독특한 맛을 가졌다 하더라도 영속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것들이 상당수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 소비계층인 젊은 세대가 선뜻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붙이고 있습니다.
문: 솔직히 증류식 소주 중에서 향이나 목넘김에 있어 음용성이 좀 떨어지거나, 여타 제품과 별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싶은 제품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 증류주의 좋은 점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가격의 장벽에 발길을 돌린다고 할까요?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이들의 행동 패턴으로 일정 수준 구매 활동은 지속되고 있음을 할 수 있지만, 구매액이나 비중이 올라가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가격이 높은데 근본적인 대책은 없고, 마케팅적으로 일단 관심을 끌고 보자는 성향이 심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희석식 소주에 대한 소비가 여전히 초강세인데, 증류식 소주에 대한 피로도가 벌써 커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문: 최근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스마트브루어리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나요? 매출 감소를 실감하는지요?
오: B2C인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수량과 금액은 전년 대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정체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마한 오크’가 많이 풀리면서 매출액이 보전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B2C에선 증가가 없는 대신 바틀샵, 주점 등 B2B 매출 비중 증가폭이 상당히 큽니다. 매출 비중으로 따지자면 B2B 비중이 70%가 넘어섰습니다. 업소에서 다른 증류주 제품을 스마트브루어리 제품으로 변경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동시에 전반적으로 시장의 후퇴가 걱정됩니다. 도매상과 거래하지 않고 있어, 저희 제품에 대한 최종 소비자의 성향 파악이 비교적 쉽습니다.
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좋은 제품은 정장하는군요. ‘마한 오크’가 현재로서는 정말 효자 제품인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마한 오크’를 포함한 위스키 등 오크 숙성 증류주에 대한 선호가 상당히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하이볼 형태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크 숙성하지 않은 증류주, 증류식 소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오: 증류식 소주는 속성상 위스키나 버번보다는 보드카에 가깝습니다. 보드카는 향미의 차별화와 시장 규모 확대에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증류식 소주도 비슷한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과일향 등이 가미된 ‘보드카 아닌 보드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내 일부 업체에서도 시도하고 있지만, 영속성에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창의적인 연구가 있었으면 합니다.
문: 국내에서 전반적으로 증류주에 대한 선호 자체는 올라가는 게 느껴집니다. 2023년 상반기 증류주 수입량을 봐도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모든 주요 증류주 카테고리별 수입량이 증가하는데, 딱 한 품목만 수입량이 감소하더군요. 위스키, 중국 백주, 진, 데킬라, 럼 등은 다 증가하는데, 방금 언급한 보드카만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가향된 보드카도 있지만, 대부분은 향이 없는 무색무취의 특성을 가진 주류가 보드카이고,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와 유사하죠. 이 두 카테고리가 최근 국내에서 동반 하락을 하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반면, 수입량에서 성장하고 있는 증류주 카테고리는 모두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는 술들입니다. 즉, 무색무취의 증류주는 저렴한 희석식 소주로 쏠리고 있고, 중고가 증류주 시장에서는 오크향이나 다른 향이 첨가된 쪽으로 소비가 쏠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소주 비중이 큰 일본 소주업계의 변화에서 시사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웠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어떻게 증류식 소주가 희석식 소주를 넘어섰는지, 최근 일본 소주 업계는 어떤 제품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는지 파악하면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문: 최근 증류주 생산에 대한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이들이 어떻게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까요?
오: 술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어떤 곡물이나 과일을 원료로 하든 술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기존 제품과 다르고 좋은 술을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워 끊임없는 학습과 오랜 시간을 요합니다. 요즈음 젊은 창업자들이 발효주나 증류주에 식물성 원료로 향과 맛을 낸 제품을 많이 내고 있는데 지속성의 관점에서는 다소 연구가 부족한 것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이 쉬운 만큼 폐업하는 곳도 많음을 눈여겨 보았으면 합니다. 난장판 같은 주류박람회장 분위기가 우리 술에 대한 인기를 대변한다고 보는 착시도 경계해야 합니다. 누구나 쉽게 이수하는 주류 교육과 양조장 사업 경험이 없는 시중 유명인의 말 몇 마디가 창업의 필요충분조건이 절대 될 수 없고, 기업가적 소양을 축적하며 여러 핵심을 구분하고 하나하나 파헤친 후 자기만의 제조나 경영 방법을 몇 가지 준비한 후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문: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대표님은 미래에 어떤 술을 만들어 시장에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오: 양조장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같습니다. 내국인의 호평은 기본이고, 외국인도 좋아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의 술은 이런 길을 가는 과정의 중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으니 언젠가 실현되겠지요(웃음).
문: 꼭 실현될 거라 믿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마트브루어리가 생산하는 ‘마한’ 그리고 ‘마한 오크’가 정말 좋은 술이긴 하지만, 다른 술 중에서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무엇인가요? 평생 한 종류의 술만 마셔야 한다면 어떤 술을 선택하겠습니까?(웃음) 브랜드와 그 이유도 설명해 주세요.
오: 증류식 소주를 만들면서 벤치마크로 삼았던 술이 일본 월계관 ‘비잔 클리어’입니다. 쌀로 만든 25도 소주인데, 맛과 향, 가격 모두 여전히 최고 소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소주가 아닌 리큐르로 분류되지만, 일본 ‘타마가와’ 양조장의 46도 ‘에치고 사무라이’를 처음 접했을 때 전율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이를 벤치마킹해서 제품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문: 답변 감사합니다. ‘마한 오크’가 단순히 스카치나 버번 위스키의 모방한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한 오크’의 오크 향이 여타 위스키와 구분되는 측면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흔히 쓰는 오크통이 아닌, 우리나라 자생 참나무로 만든, 우리나라만의 통으로 숙성했기 때문에 향에서 특색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마한 오크’는 우리 관점에서는 오크 숙성 증류식 소주이고, 외국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식 그레인(Grain) 위스키가 되는 거죠. 게다가 한국의 오크통에서 숙성되었기 때문에 한국 위스키로 인식되어 수출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술을 만들어 주셔서 언제나 감사 드리고, 이번에 공장도 신축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술 부탁드립니다. 진(Gin)도 새롭게 선보인다고 들었는데,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오: 감사합니다. 더 좋은 술로 찾아 뵙겠습니다.
출처: 문정훈, 엄하람, 김나영, 이동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 랩, 『2024 푸드 트렌드』, 식품저널(2023), p295-299.
코로나19 기간 중 편의점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던 전통주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급속하게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증류식 소주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생산량을 늘렸던 업체들은 당혹감과 함께 재고 비용 증가로 손실을 입고 있다. POST-코로나19에서 외식 경기의 상승으로 홈술로 자주 소비되던 증류식 소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외식 상황에서도 증류식 소주는 별다른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과 반대로, 증류식 소주 ‘마한 오크’로 연일 품절 사태를 겪고 있는 스마트브루어리 오세용 대표와 만나 최근 후퇴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 시장의 미래를 조망해 보았다.
문정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세용 대표님. 스마트브루어리를 소개해 주세요.
오세용: 스마트브루어리는 증류주류 전문 양조장으로, 2020년부터 생산⋅판매를 시작한 젊은 양조장입니다.
문: 보통 증류주 전문 양조장은 디스틸러리(Distillery), 즉, ‘증류소’라고 부르는데, 브루어리(Brewery)로 이름을 붙이셨네요?
오: (웃음) 상호에 ‘브루어리’가 포함된 것은 언젠가 발효주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현재 증류식 소주 외에 보드카와 진도 만들고 있습니다.
문: 미래에 발효주도 판매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웃음). 요즘 주류업계, 특히 전통주 업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분들 중 한 분이 오세용 대표님인 것 같습니다. 오 대표님의 독특한 이력이 함께 언급되던데, 반도체 엔지니어와 CEO도 하셨지요?
오: 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있었습니다.
문: 그냥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삼성전자에서는 부사장, SK하이닉스에서는 사장까지 지낸 이력이 있으시죠, 2015년에 SK하이닉스 사장직을 내려놓고 수년간 주류 제조 스타트업을 준비하셨습니다. 그 결과물이 ‘스마트브루어리’ 그리고 증류식 소주 ‘마한’을 비롯한 여러 증류주이고, 특히 오크 숙성을 한 ‘마한 오크’가 2022년부터 꾸준하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마 창업을 준비할 때 반도체 엔지니어가 만드는 술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것 같아요. 어떻게 차별화하였나요?
오: 반도체는 보이지 않는 초미세 영역에서 공정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술은 흔히 그냥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발효와 증류도 인위적 조작이 거의 불가능한 생화학적 요소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고 개입이 어렵지만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면 예측이 가능하고, 의도한 대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두려움 없이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도전하다 보면 차별화된 맛과 향의 세계의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독보적인 맛과 향을 지닌 술이 엔지니어의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스마트브루어리에서 생산한 증류식 소주, ‘마한 오크’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더라고요. 거의 줄을 서다시피 해서 구매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오면 금방 다 팔려 구하기 어렵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좋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국산 오크 숙성주가 시중에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되었지요. 그렇지만 100% 숙성 원액이 아니라서 향과 맛에 대한 임팩트에 아쉬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가격대였습니다. ‘마한 오크’는 100% 숙성 원액이고, 한국 기온에서 2년 숙성이면 충분한 오크 특유의 향미를 낼 수 있는 점을 활용한 제품입니다. 가격대도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서 들을 정도로 합리적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맛이 좋고 가격이 착한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문: 네. 어제 스마트브루어리 홈페이지에서 판매가를 확인해 봤는데, 375ml 기준 ‘마한 오크’ 40도가 2만 4000원, ‘마한 오크’ 52도가 3만 3000원 밖에 안하더라고요. 퀄리티가 5~10년 숙성 위스키급이라고 생각해 보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입니다.
오: 높게 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웃음).
문: 증류식 소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선호라거나 구매 행동이 최근에 달라지는 것을 관찰한 것이 있을까요? 2021년에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가 크게 이슈가 되다가, 이번에 분석해보니, 2022년 하반기부터 음용 횟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과 함께 걱정도 됩니다.
오: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많이 생겼고, 이에 따라 제품의 종류가 무척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향미에서 차별성을 가진 술은 많지 않고, 설령 독특한 맛을 가졌다 하더라도 영속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것들이 상당수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 소비계층인 젊은 세대가 선뜻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붙이고 있습니다.
문: 솔직히 증류식 소주 중에서 향이나 목넘김에 있어 음용성이 좀 떨어지거나, 여타 제품과 별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싶은 제품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 증류주의 좋은 점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가격의 장벽에 발길을 돌린다고 할까요?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이들의 행동 패턴으로 일정 수준 구매 활동은 지속되고 있음을 할 수 있지만, 구매액이나 비중이 올라가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가격이 높은데 근본적인 대책은 없고, 마케팅적으로 일단 관심을 끌고 보자는 성향이 심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희석식 소주에 대한 소비가 여전히 초강세인데, 증류식 소주에 대한 피로도가 벌써 커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문: 최근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스마트브루어리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나요? 매출 감소를 실감하는지요?
오: B2C인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수량과 금액은 전년 대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정체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마한 오크’가 많이 풀리면서 매출액이 보전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B2C에선 증가가 없는 대신 바틀샵, 주점 등 B2B 매출 비중 증가폭이 상당히 큽니다. 매출 비중으로 따지자면 B2B 비중이 70%가 넘어섰습니다. 업소에서 다른 증류주 제품을 스마트브루어리 제품으로 변경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동시에 전반적으로 시장의 후퇴가 걱정됩니다. 도매상과 거래하지 않고 있어, 저희 제품에 대한 최종 소비자의 성향 파악이 비교적 쉽습니다.
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좋은 제품은 정장하는군요. ‘마한 오크’가 현재로서는 정말 효자 제품인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마한 오크’를 포함한 위스키 등 오크 숙성 증류주에 대한 선호가 상당히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하이볼 형태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크 숙성하지 않은 증류주, 증류식 소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오: 증류식 소주는 속성상 위스키나 버번보다는 보드카에 가깝습니다. 보드카는 향미의 차별화와 시장 규모 확대에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증류식 소주도 비슷한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과일향 등이 가미된 ‘보드카 아닌 보드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내 일부 업체에서도 시도하고 있지만, 영속성에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창의적인 연구가 있었으면 합니다.
문: 국내에서 전반적으로 증류주에 대한 선호 자체는 올라가는 게 느껴집니다. 2023년 상반기 증류주 수입량을 봐도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모든 주요 증류주 카테고리별 수입량이 증가하는데, 딱 한 품목만 수입량이 감소하더군요. 위스키, 중국 백주, 진, 데킬라, 럼 등은 다 증가하는데, 방금 언급한 보드카만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가향된 보드카도 있지만, 대부분은 향이 없는 무색무취의 특성을 가진 주류가 보드카이고,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와 유사하죠. 이 두 카테고리가 최근 국내에서 동반 하락을 하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반면, 수입량에서 성장하고 있는 증류주 카테고리는 모두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는 술들입니다. 즉, 무색무취의 증류주는 저렴한 희석식 소주로 쏠리고 있고, 중고가 증류주 시장에서는 오크향이나 다른 향이 첨가된 쪽으로 소비가 쏠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소주 비중이 큰 일본 소주업계의 변화에서 시사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웠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어떻게 증류식 소주가 희석식 소주를 넘어섰는지, 최근 일본 소주 업계는 어떤 제품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는지 파악하면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문: 최근 증류주 생산에 대한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이들이 어떻게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까요?
오: 술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어떤 곡물이나 과일을 원료로 하든 술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기존 제품과 다르고 좋은 술을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워 끊임없는 학습과 오랜 시간을 요합니다. 요즈음 젊은 창업자들이 발효주나 증류주에 식물성 원료로 향과 맛을 낸 제품을 많이 내고 있는데 지속성의 관점에서는 다소 연구가 부족한 것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이 쉬운 만큼 폐업하는 곳도 많음을 눈여겨 보았으면 합니다. 난장판 같은 주류박람회장 분위기가 우리 술에 대한 인기를 대변한다고 보는 착시도 경계해야 합니다. 누구나 쉽게 이수하는 주류 교육과 양조장 사업 경험이 없는 시중 유명인의 말 몇 마디가 창업의 필요충분조건이 절대 될 수 없고, 기업가적 소양을 축적하며 여러 핵심을 구분하고 하나하나 파헤친 후 자기만의 제조나 경영 방법을 몇 가지 준비한 후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문: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대표님은 미래에 어떤 술을 만들어 시장에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오: 양조장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같습니다. 내국인의 호평은 기본이고, 외국인도 좋아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의 술은 이런 길을 가는 과정의 중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으니 언젠가 실현되겠지요(웃음).
문: 꼭 실현될 거라 믿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마트브루어리가 생산하는 ‘마한’ 그리고 ‘마한 오크’가 정말 좋은 술이긴 하지만, 다른 술 중에서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무엇인가요? 평생 한 종류의 술만 마셔야 한다면 어떤 술을 선택하겠습니까?(웃음) 브랜드와 그 이유도 설명해 주세요.
오: 증류식 소주를 만들면서 벤치마크로 삼았던 술이 일본 월계관 ‘비잔 클리어’입니다. 쌀로 만든 25도 소주인데, 맛과 향, 가격 모두 여전히 최고 소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소주가 아닌 리큐르로 분류되지만, 일본 ‘타마가와’ 양조장의 46도 ‘에치고 사무라이’를 처음 접했을 때 전율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이를 벤치마킹해서 제품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문: 답변 감사합니다. ‘마한 오크’가 단순히 스카치나 버번 위스키의 모방한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한 오크’의 오크 향이 여타 위스키와 구분되는 측면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흔히 쓰는 오크통이 아닌, 우리나라 자생 참나무로 만든, 우리나라만의 통으로 숙성했기 때문에 향에서 특색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마한 오크’는 우리 관점에서는 오크 숙성 증류식 소주이고, 외국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식 그레인(Grain) 위스키가 되는 거죠. 게다가 한국의 오크통에서 숙성되었기 때문에 한국 위스키로 인식되어 수출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술을 만들어 주셔서 언제나 감사 드리고, 이번에 공장도 신축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술 부탁드립니다. 진(Gin)도 새롭게 선보인다고 들었는데,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오: 감사합니다. 더 좋은 술로 찾아 뵙겠습니다.
출처: 문정훈, 엄하람, 김나영, 이동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 랩, 『2024 푸드 트렌드』, 식품저널(2023), p295-299.